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포스터의 화려한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배경 속에 함께 있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그 두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힐링 영화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영화는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아픈 내용의 영화이다.
줄거리
6살 여자아이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22살의 젊은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테)는 올랜도 디즈니 월드 옆에 위치한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모텔에 살고 있다. 집이 없이 모텔에 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핼리와 무니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핼리는 온몸에 문신이 있고 딱히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그런 핼리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핼리는 뚜렷한 직업 없이 친구의 아이를 봐주며 음식을 얻고, 도매상에서 산 향수들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팔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무니의 세상은 즐거운 일들과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좋은 장난감이나 놀이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니는 그 나이대 아이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뛰어놀며 천진난만하게 지낸다. 그런데 그 방식이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다. 무니와 친구들은 모텔 건물에서 남의 자동차에 침을 뱉거나, 폐건물에서 불장난을 하며 논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구걸을 하여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놓인 환경과 보고 배운 것이 아이들의 놀이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무니와 친구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점점 사정이 안 좋아지자 핼리는 결국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매춘을 하게 된다. 남자들이 모텔 방에 찾아올 때마다 무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결국 핼리가 매춘을 한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고 아동 보호국 직원들에 의해 핼리와 무니는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 보호국 직원들로부터 도망친 무니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울며 친구를 찾아가고, 친구와 무니가 손을 잡고 디즈니 월드로 뛰어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의 아이러니
영화의 배경은 월트 디즈니 월드가 있는 올랜도이다. 배경 설정에서부터 엄청난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디즈니 월드는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꿈과 희망의 공간이다. 핼리와 무니가 사는 곳은 디즈니 월드와 거리 상으로 정말 가깝지만, 아예 상관이 없다고 보인다. 핼리와 무니의 삶은 꿈과 희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핼리와 무니가 사는 모텔의 이름은 '매직 캐슬'이다. 디즈니 월드의 '매직 킹덤'이 떠오르게 하는 그 이름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포스터에서부터 볼 수 있듯 영화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보여준다. 동네 곳곳이 화려한 색으로 치장되어있다. 그러나 화려하게 치장된 동네에서 살고 있는 핼리와 무니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그 대비가 이들의 현실을 더욱 처절해 보이게 만든다.
무니는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곤 하는데, 가는 길에는 기념품 샵이 있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유리창에 달라붙어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쓸 만도 한데, 무니와 친구들은 그 건물이 있지도 않다는 듯 그냥 지나친다. 애초에 본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친구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무니의 시선을 보여준다. 칙칙한 색깔의 아스팔트 길이 알록달록한 길로 바뀌고, 그 길을 지나 무니의 앞에 나타난 것은 디즈니 월드였다. 아이들이 불과 몇 분만 뛰어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디즈니 월드가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디즈니 월드가 있는 올랜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직접 뛰어서 몇 분 만에 디즈니 월드에 도착하는 것을 직접 보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핼리와 무니는 디즈니 월드의 그림자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매직 킹덤의 화려한 성을 보여주며 마무리되는데, 동화 같고 환상적이어야 할 디즈니 월드의 풍경이 그렇게 소름 끼치게 보일 수가 없다.
히든 홈리스, 그리고 제목의 의미
히든 홈리스란 집이 없지만 공식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주거 취약층을 말한다. 히든 홈리스는 영화의 핼리나 무니처럼 숙박 시설에서 방세를 내며 지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의 집에서 지내는 사람들, 남의 땅이나 건물에 무단으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주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노숙자는 공식적인 통계에서 60만 명이라고 명시되고 있으나, 조사되지 않은 노숙자들을 포함하면 10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위에서 언급한 히든 홈리스를 고려한다면 훨씬 많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7년 월트 디즈니 월드 건설이 시작될 때 불린 이름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리뷰를 마치며
위에서도 말했듯이 포스터만 보고 힐링 영화를 예상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내 예상과 많이 달라 다소 충격적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핼리와 무니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영화에서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는 제23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아역상을 수상했다. 당시 수상소감이 귀엽고 무니 다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수상소감 영상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친다.
You guys are awesome.
We should go and get some ice cream after this.
I'd like to dedicate the award to all the Halleys and Moonies out there.
Guys this is a real problem. We need to go out there and help.
https://m.youtube.com/watch?v=QqH3IvjCJ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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