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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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2015)

크리스마스라고 해봤자 생활관에서 쉬는 것 밖에 한 게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영화는 한 편 챙겨봤다. 이미 많이 봤던 러브 액츄얼리 말고 다른 게 없을까 찾아보다가 캐롤이라는 영화를 알게 됐다. 감상부터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줄거리

테레즈(루니 마라)는 백화점에서 일하며 취미로 사진을 찍는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매우 좋아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이 확실하지 않은데 계속해서 결혼을 요구하는 남자 친구에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
캐롤(케이트 블란쳇)에게는 부유한 남편 하지, 사랑스러운 딸 린디가 있다. 그러나 하지와의 관계는 사실상 끝난 상태이고, 이혼을 진행 중이다. 하지와는 이혼을 하려 하지만 딸은 계속해서 만나고 싶어 한다.
테레즈는 딸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을 사러 온 캐롤을 만나게 된다. 테레즈는 캐롤이 백화점에 두고 간 장갑을 찾아주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지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캐롤과 하지의 사이가 악화되고,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빼앗길 상황에 처한다. 소송 중이던 캐롤은 테레즈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하고, 둘은 여행을 떠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아가고, 확인하게 된다. 그러던 중 캐롤은 둘의 여행을 따라다니며 남편에게 보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이 딸의 양육권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테레즈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겨두고 뉴욕으로 떠난다. 캐롤은 편지를 통해 테레즈에게 이별을 고했다.
뉴욕으로 돌아온 캐롤은 딸인 린디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이런 결정을 했지만, 더 이상 남편에게 휘둘리며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하는 대신 정기적인 만남을 보장해줄 것을 주장하고, 다시 용기를 내 테레즈를 만난다. 둘의 재회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첫 만남과 눈빛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묻는다면, 고민도 없이 테레즈와 캐롤이 처음 만나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정말 잘 표현했다. 이 영화는 유독 대사의 공백이 많다. 대사보다도 두 배우의 눈빛을 통한 교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껴진다. 특히 두 주인공의 첫 만남과 마지막 재회 장면에선 대사 없이도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이 느껴진다. 그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달라진 두 사람

테레즈는 점심 메뉴조차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항상 남의 선택과 의견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용기가 없어 사진 찍는 일에 제대로 도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만 하고 있다.
캐롤은 겉보기에 완벽한 사람이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남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 남편인 하지가 원하는 순종적인 아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면서 많이 변한다. 테레즈는 캐롤을 만나게 된 이후 용기를 내 사진 찍는 일에 도전하게 되고, 뉴욕 타임즈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더 이상 남에게 의존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다.
캐롤은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노출하지 않지만 테레즈에겐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딸의 양육권 문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며 하지에게 휘둘렸지만, 테레즈와의 만남 이후에는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리뷰를 마치며

리뷰 내내 영화가 퀴어 영화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기보단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동성 간의 사랑인지 이성 간의 사랑인지를 떠나 그냥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다음 크리스마스에도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은 영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What a strange girl you are...
flung out of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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